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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푸념에세이 105화] 남의 아들과 내 아들남이 잘 키워놓은 아들 데려오는 딸 셋의 여유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어머님은 늘 아들 편이었다.

내 식구 내가 챙긴다면서 며느리는 평생 남의 식구다. 아들 얼굴 상하게 하는 것도 며느리요. 승진 못 하는 것도 며느리 탓이다. 술 마시고 오는 아들도 며느리 탓이다. 인삼, 대추 달인 물도 아들만 먹어야 하고, 주말엔 푹 잘 수 있게 해야 한다.

"말도 마라. 우리 어머님은 아들 와이셔츠 다려서 입혀 보내신 거야. 너 한 번 보라 하시는 거 아니고 뭐겠니?"

어머님 옆을 뱅뱅 도는 남편이 못 마땅하다. 아내와 싸우고 나면 쪼르르 어머님에게 달려가 차려준 밥상 싹 비우고 오면 며느리에게 전화한다. '도대체 뭘 먹고 사니?' 물어온다. 과식을 부르는 어머님의 손맛을 인정하지만, 그런다고 그렇게까지 해야 편안할까? 며느리도 친정 가면 엄마 밥상이 최고다.

부모 앞에만 가면 50살에서 5살로 역주행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는 답답하다. 내 아들 거두기도 힘 드는데 남의 아들까지 챙겨야 하는 이중고다. 나는 내 아들 저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다짐해본다.

"그런데 어쩌냐. 나도 내 아들이랑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남편은 내가 챙겨줘야 하는데 녀석이랑 나서면 어딜 가나 보호받는 느낌이 좋더라."

남편의 부족한 사랑을 아들에게 채우려는 바램이다. 부부 사이가 좋으면 아들에게 기대지도 않는다. 남편과 시어머니 사이의 끈끈한 가족애는 며느리를 외톨이로 만든다.

결국 기댈 곳은 자식에게 다시 대물림이다.

딸 키울 때는 우아하게 커피도 한 잔 마실 수 있는데, 아들 키울 때는 밥도 서서 먹는다. 아들 둘을 키우려면 해병대가 돼야 하고, 셋은 특공대라 집안 곳곳이 폐허가 된다. 그 힘든 일을 치렀는데 며느리에게 내주고 싶지 않은 마지막 안간힘인가. 그렇게 잘 키운 아들은 딸 셋 키운 집에서 여유 부리며 데려간다.

"이제 생각해보니 나도 참 못됐다. 나도 시집살이 살아 그런 시어머니가 싫었는데 나도 그러고 있으니. 늙긴 늙었나 보다."

남의 아들 잘 챙겨야 내 아들도 따라 하겠지. 베푸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겠지.

내 아들은 며느리 편이니 남의 아들 잘 보살펴야겠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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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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